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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1〕 친정 부모님이 발리에 오셨다 비 내리는 발리에서 부모님과 함께친정 부모님이 발리에 오셨다. 부모님이 오신 김에 호텔만 오가던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어 숙소를 에어비앤비 굿 카르마 하우스(Good Karma House)로 옮겼다. 방 두 개에 인피니티 풀이 딸린 소박한 빌라였다. 번쩍이는 리조트급 럭셔리는 아니었지만, 잘 가꿔진 작은 정원과 풀장 너머로 보이는 논과 야자수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부모님 눈에는 조금 민박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마음만은 좋은 카르마를 담았지만, 다음 숙소는 좀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살짝 해본다. 하필 부모님이 오신 날 아침부터 발리에선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미리 쿨룩으로 예약해 둔 한국어 기사님이 숙소 앞으로 와주셨고, 일단 우붓의 대표 명소인 몽키포레스트(.. 2025. 7. 15.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0〕 파충류공원에서 버드 파크까지 파충류와 마주한 발리의 오후호텔 수영장만 들락날락하다 보니, 문득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발리 파충류 공원(Bali Reptile Park)으로 향했다. 발리 파충류 공원은 덴파사르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희귀한 뱀과 도마뱀, 이구아나, 심지어 작은 악어까지 100종이 넘는 파충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유리벽 너머로 구경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직접 보고, 만지고, 교감하는 체험형 동물원’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파충류라는 생소하고 조금은 무서운 존재를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색 다르다. 미리 쿨룩을 불러 이동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요청하지 않아도 1대 1 가이드가 .. 2025. 7. 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9〕 느림의 풍경 속에서 우붓을 살다 코마네카 엣 라사 우붓에서 시작된 시간 우붓에서의 나날은 참 이상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금세 흘렀고, 그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풍요로웠다. 말하자면 ‘흐른다’기보다 ‘스며든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고요하게, 아주 서서히, 감각의 결을 따라 들어와 어느새 마음 한편을 채우는 그런 시간들.우붓의 첫 숙소는 코마네카 엣 라사 우붓(Komaneka at Rasa Sayang). 우붓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마치 외부와 차단된 작은 숲속 정원 같은 공간. 바로 앞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흘러나오는데, 호텔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 모든 소리가 뚝 끊긴다. 문을 하나 지났을 뿐인데 세상의 속도가 절반쯤 느려진 듯했고, 갑자기 바람이 다정하게 불고, 나뭇.. 2025. 6. 24.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8〕 발리 여행 2막, 우붓에서 다시 걷다 파도 대신 숲, 우붓에서 찾은 평온길리 트라왕안에서의 4박. 모래 위를 걷고, 바닷속을 유영하며, 해가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던 날들이 어느새 지나갔다. 작은 섬에서의 시간이 고요하게 접히고, 새로운 장이 열렸다. 오후 1시 15분, 블루워터 익스프레스를 타고 섬을 떠났다. 배가 천천히 바다를 가르고 나아갈 때, 길리를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안녕, 작고 깊은 섬. 배는 약 세 시간 만에 빠당바이 항구에 닿았고, 예약해 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지친 몸을 도로에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보며 이동한 두 시간. 오후 5시 반 무렵, 드디어 우붓에 도착했다.피곤함이 목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지만, 우붓의 공기와 풍경은 단숨에 기분을 바꿔놓았다. 길가를 따라 늘어선 짙푸른 나무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갸믹 연주의 소리.. 2025. 6. 1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7〕 길리 트라왕안 터틀 포인트에서 수영하기 거북이는 없었지만, 길리는 있었다길리 트라왕안에서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길리 트라왕안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모기장 사이로 햇살이 길게 스며들었고, 이국적인 새소리가 나지막하게 귓가를 두드렸다. 코코넛 나무는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 잎사귀 너머로 바다빛이 어렴풋이 번졌다. 이제 곧 이 섬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자, 매 순간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작은 소리 하나, 바람의 방향 하나도 마음을 붙잡았다. “터틀 포인트, 가보자.” 마지막 하루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이 섬의 바다는, 아직 우리를 다 보내주지 않은 듯했으니까. 숙소 앞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어제 달렸던 길인데, 오늘은 좀처럼 몸에 감기지 않았다. 모래는 어제보다 더 두껍게 바퀴를 감았고, 햇살은 이른 .. 2025. 6. 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6〕 길리 트라왕안에서 스노클링하기 길리 트라왕안 감성 일기, 바다와 노을 사이 아침 9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이른 시간. 전날 밤, 호텔 로비에서 예약했던 ‘프라이빗 스노클링’ 투어가 시작되었다. ‘프라이빗’이라는 말에 괜스레 설레었던 마음은, 막상 가이드와 마주한 순간 현실이 되었고, 출발 전부터 뭔가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출발지는 길리 트라왕간의 동쪽 해안. 섬에는 자동차가 없어 이동수단은 오직 자전거. 전날 삐걱이며 타던 자전거가 오늘은 조금 익숙해졌다. 선규를 뒤에 태우고 덜컹거리는 모래길을 따라 달렸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야자수 그림자가 바퀴 아래 흔들렸다. 잠든 듯 고요한 아침의 해안가엔 여전히 밤을 품은 듯한 적막이 감돌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조각의 기대를 안고 파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배에 올.. 2025.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