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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4〕 바다를 닮은 밤, 짐바란에서

by 이베트 2025. 7. 18.

짐바란 해안 바위 절벽 바로 아래에 위치한 '키식 씨푸드'
황홀한 풍경과 식사가 동시에 펼쳐지는 키식 레스토랑

아야나 리조트 키식 씨푸드에서 맛본 짐바란의 황홀한 저녁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 피부를 스치는 따스한 바람, 그리고 어둠 속에 더욱 또렷이 다가오는 현악기의 선율. 그 모든 것이 짐바란의 밤이었다.

우붓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발리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짐바란으로 향했다. 친정부모님과의 여행 2막이 시작된 셈이다. 새벽 바투르 산 일출과 거친 용암 지대를 지프 타고 누비는 체험은 아직도 몸에 잔잔한 전율을 남기고 있었지만, 짐바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짐바란은 한때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고급 리조트와 씨푸드 레스토랑이 늘어선 고요하고도 우아한 해변 휴양지로 변모해 있다. 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셋을 만날 수 있는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관광지 특유의 부산함 대신 바다의 리듬에 따라 하루가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을 준다. 짐바란은 화려함보다는 고요하고 깊은 온기를 가진 곳이다. 그 온기는 파도 위로 스며드는 노을의 색에도, 모래 위를 천천히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담겨 있었다. 자연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공간, 그리고 가족이 함께 머물기 좋은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해변’. 짐바란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로 남았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아야나 세가라(Ayana Segara)’. 아야나 리조트의 비교적 최근에 문을 연 세련된 호텔로, 짐바란 베이의 서쪽 절벽 위에 자리잡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정제된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도 룸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전망은 탄성을 자아냈다. 저 멀리 수평선 위로 석양이 퍼질 무렵, 마치 캔버스 위에 붓으로 그려낸 듯한 핑크빛 노을이 방 안까지 스며들었다.

긴 이동에 지친 몸을 잠시 쉬게 하며 룸서비스로 가볍게 요기를 한 뒤,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저녁 식사를 위해 ‘키식 씨푸드(Kisik Seafood Market)’로 향했다. 같은 아야나 리조트 내에 위치한 키식은 발리에서도 손꼽히는 씨푸드 레스토랑으로, 해변 바로 옆 바위 위에 테이블이 놓인 독특한 구조를 자랑한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해안길을 따라 천천히 걷는 그 순간조차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발 밑에 닿는 조약돌의 감촉과 점점 가까워지는 파도 소리에, 부모님의 표정에도 설렘이 번졌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바다 바로 앞 야외 테이블이 우리를 맞았다. 활어 시장처럼 진열된 신선한 해산물을 고르면 바로 구워주는 방식이라, 갓 잡은 듯한 랍스터와 왕새우, 생선을 한가득 주문했다. 이 모든 풍경에 어울리는 두 병의 와인도 곁들였다. 그리고, 마법 같은 밤이 시작되었다.

별빛 아래 펼쳐진 해변, 짠 내음이 실린 시원한 밤바람, 파도와 함께 리듬을 타는 전통 악기 ‘슬런드롱(Slenthem)’의 부드러운 선율. 누군가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는지, 멀리서 은은한 불꽃놀이도 이어졌다. 부모님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연신 신기해하고, 행복한 얼굴로 내게 “너무 좋다”는 말을 반복하셨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 역시 오랜만에 ‘효녀 모드’로 들어갔다. 이런 순간을 더 자주 선물해 드려야겠다고, 진심으로 다짐했다.

물론, 현실은 언제나 여행 이후에 우리를 기다린다. 회사 메일함, 해야 할 일들, 계획표에 잔뜩 적힌 약속들. 하지만 발리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 모든 것을 벗어놓고, 순수하게 이 시간을 즐기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그 밤의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족의 온기와 풍경이 빚어낸 감정의 풍미였다. 다시 돌아올 짐바란의 밤을 기억하며, 나는 오늘의 여정을 마음 깊이 저장해 두었다.

 

Tip. 가족 동반 여행에 어울리는 발리의 바

락 바(Rock Bar)
발리 남서부 짐바란에 위치한 ‘락 바’는 아야나 리조트의 시그니처 바로, 절벽 위에서 인도양을 마주하는 탁 트인 전망이 압권이다. 전용 리프트를 타고 바위 절벽 아래로 내려가는 방식부터 가족 모두에게 신선한 경험이 되고, 석양이 질 무렵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장면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부모님도, 아이도 만족할 수 있는 ‘발리다운 순간’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포테이토 헤드 비치 클럽(Potato Head Beach Club)
스미냑 해변 한가운데 자리한 ‘포테이토 헤드’는 감각적인 건축과 넓은 풀장, 잔디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비치 클럽이다. 낮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아 어린아이들과도 부담 없이 이용 가능하고, 코코넛 워터나 논알코올 칵테일, 건강한 브런치 메뉴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해 질 무렵, 바다를 바라보며 선셋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

사얀 하우스 바(The Sayan House Bar)
발리 내륙 우붓의 사얀 언덕에 자리한 ‘사얀 하우스 바’는 열대 정글과 계곡을 내려다보는 숨겨진 테라스 바다. 중심가의 혼잡함에서 벗어나 고요한 자연 속에서 가족과 조용한 식사 혹은 칵테일 타임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부모님과의 대화, 아이와의 셀카, 그리고 초록 너머로 물드는 노을까지, 우붓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