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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6〕 길리 트라왕안에서 스노클링하기 길리 트라왕안 감성 일기, 바다와 노을 사이 아침 9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이른 시간. 전날 밤, 호텔 로비에서 예약했던 ‘프라이빗 스노클링’ 투어가 시작되었다. ‘프라이빗’이라는 말에 괜스레 설레었던 마음은, 막상 가이드와 마주한 순간 현실이 되었고, 출발 전부터 뭔가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출발지는 길리 트라왕간의 동쪽 해안. 섬에는 자동차가 없어 이동수단은 오직 자전거. 전날 삐걱이며 타던 자전거가 오늘은 조금 익숙해졌다. 선규를 뒤에 태우고 덜컹거리는 모래길을 따라 달렸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야자수 그림자가 바퀴 아래 흔들렸다. 잠든 듯 고요한 아침의 해안가엔 여전히 밤을 품은 듯한 적막이 감돌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조각의 기대를 안고 파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배에 올.. 2025. 5. 28.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5〕 길리 트라왕안 반 바퀴, 우리만의 여행 길리 트라왕안, 기억은 햇살보다 뜨거워길리 트라왕안 한낮의 태양은 잔인할 만큼 뜨거웠다. 그래서 오전 시간은 조용히 숙소 안에서 보내기로 했다. 바깥 세상이 숨 막히도록 타오르는 동안, 우리는 수영장 물속에서 천천히 떠다녔다. 파도 대신 찰랑이는 물소리, 바람 대신 적당히 시원한 물의 감촉. 방으로 돌아와서는 룸서비스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했다. 느긋한 이국의 아침이었다. 길리 트라왕안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자전거로 섬 일주다. 섬이 워낙 작아 천천히 달려도 한 시간 반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리도 그 여정에 꼭 동참하고 싶었다. 하얀 모래길, 바다를 끼고 달리는 오솔길, 남국의 자유가 가득 묻어나는 장면들. 그 모든 걸 눈과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 2025. 5. 2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4〕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길 치도모 타고 만난 섬, 길리 트라왕안아침 햇살이 천천히 객실을 채우던 시간. 발리의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에서의 이국적인 하룻밤을 마치고, 우리는 짐을 꾸렸다. 창밖으로 기린이 유유히 지나가는 풍경은 꿈같았지만, 오늘부터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목적지는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발리 본섬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바다 위의 작은 섬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오래 고민했던 곳이 바로 이 섬이었다. 영국 BBC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꼽은 곳, 해변 너머 수평선까지 투명한 바다,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촬영지로도 알려진, 로망의 섬. 하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빠당바이 항구까지 이동한 뒤,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 2025. 5. 2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3〕 동물원 호텔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기린과 함께 맞이한 아침, 발리 사파리에서 보낸 하루발리의 아침은 꿈결처럼 찾아왔다. 꾸따에 위치한 하드락 호텔에서 택시(고젝)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호텔(Mara River Safari Lodge Hotel)은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듯했다. 객실 창문 너머로 황금빛 아침 햇살 아래 얼룩말과 기린이 유유히 거니는 풍경이 펼쳐졌다. "엄마, 기린이 정말 가까워!"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창문에 코를 대고 마법 같은 순간에 빠져들었다.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호텔은 발리 기안야르(Gianyar)의 발리 사파리 & 마린 파크(Bali Safari & Marine Park) 내에 위치한 아프리카 테마의 독특한 리조트다. 이곳에서는 기린, 얼룩말, 코뿔소 등 다양한 야생.. 2025. 4. 1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2〕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은 꾸따 추천 스폿 발리를 대표하는 워터파크, 꾸따 워터 봄 발리전날 밤 바퀴벌레 침대 위 출현의 충격으로 잠을 설친 나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반면 아이는 낯선 곳에서 보낸 첫날밤이 나쁘지 않았는지 아침부터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오늘은 아이가 고대했던 ‘워터 봄 발리(Waterbom Bali)’를 가기로 한 날. 우선 워터파크에서 반나절 정도 신나게 놀고 그 이후에 호텔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짐을 챙겨 워터 봄 발리로 향했다.  꾸따 중심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워터 봄 발리는 발리를 대표하는 워터파크로 우리나라의 워터파크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반나절 정도 신나게 놀기에 부족함이 없다. 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우거진 트로피컬 한 분위기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데다 관리가 잘 되어 모든 시설.. 2025. 3. 1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1〕 첫 번째 여정지 꾸따 서퍼들의 천국이라는 꾸따, 우리에게도 천국이 될 수 있을까?왜 하필 발리였을까?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이 시작이었다.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물가라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합리적인 비용. 게다가 ‘발리앓이’에 빠진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마치 마법 같은 매력이 숨 쉬는 곳처럼 느껴졌다. “동남아인데, 동남아가 아니야. 한 번 가면 계속 가게 된다니까?” 이런 말들을 들을 때마다 호기심이 자극됐다. 신중하기보다는 즉흥적인 성향이 강한 나, ‘발리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금세 ‘진짜 한 번 가볼까?’로 변했고, 결국 ‘아이의 긴 겨울방학, 나도 마침 시간이 나는데, 한 달쯤 살아볼까?’라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물론 고민도 있었다. 혼자서, 초등학교 1학년인 에너지 넘치.. 2025.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