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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4〕 바다를 닮은 밤, 짐바란에서 아야나 리조트 키식 씨푸드에서 맛본 짐바란의 황홀한 저녁물결이 부서지는 소리, 피부를 스치는 따스한 바람, 그리고 어둠 속에 더욱 또렷이 다가오는 현악기의 선율. 그 모든 것이 짐바란의 밤이었다. 우붓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발리 남서쪽 해안에 자리한 짐바란으로 향했다. 친정부모님과의 여행 2막이 시작된 셈이다. 새벽 바투르 산 일출과 거친 용암 지대를 지프 타고 누비는 체험은 아직도 몸에 잔잔한 전율을 남기고 있었지만, 짐바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짐바란은 한때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고급 리조트와 씨푸드 레스토랑이 늘어선 고요하고도 우아한 해변 휴양지로 변모해 있다. 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셋을 만날 수 있는 해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이곳은, 관광지 특유의 부산함 대신 .. 2025. 7. 18.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3〕 코브라를 샀다, 아이스크림은 두 개 먹었다, 그리고… 핸드폰이 사라졌다 우붓 바버숍에서 머리는 잘랐고, 마음은 다잡았다“오케이, 150,000 루피아요.” 상인이 마지막으로 부른 가격이다. 처음에는 무려 750,000 루피아. 한껏 올린 눈썹과 약간의 망설임 끝에, 나는 결국 나무로 깎은 코브라 조각상 하나를 구입했다. 혼자 갔으면 절대 안 샀을 테지만, 파충류를 좋아하는 선규가 고른 아이템이라 냉정하게 몸을 돌리기도 어려웠다. 말도 안 되는 흥정의 차이를 웃으며 감당할 수 있는 건, 우붓 시장의 정겨운 열기 덕분이다. 우붓 시장(Pasar Ubud)은 발리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다. 오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드나드는 진짜 로컬 마켓이지만, 오후부터는 장인의 손길이 깃든 기념품 천국으로 변신한다. 바틱 원단, 핸드메이드 장신구, 목공예품, 향신료, 그리고 돌로 조각된 힌두 신상.. 2025. 7. 18.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2〕 바투트산 지프 일출 & 검은 용암 투어 새벽 2시, 바투르산으로 떠난 이유 밤이 깊어가던 새벽 2시. 우붓의 숙소에서 조심스레 알람을 끄고, 어둠 속을 더듬어 일어났다. 바투르산(Mount Batur) 일출을 보기 위한 하루가 이렇게 시작됐다. 클룩(Klook)을 통해 예약한 사륜구동 지프 일출 투어. 4인 기준 34만 원가량의 패키지로, 부모님을 위해 한국어 가이드가 포함된 상품을 골랐다. 이 투어는 인도네시아 발리의 북동쪽, 바투르 화산 지대에서 일출을 감상하고, 인근의 검은 용암 지대를 탐험하는 ‘용암 어드벤처’까지 포함된 인기 코스다. 3시 정각, 약속한 기사님이 숙소 앞으로 도착했다. 여전히 짙게 깔린 어둠을 헤치고 2시간 가까이 북쪽으로 달려간 끝에, 해발 1,717m의 바투르산 기슭에 도착했다. 그곳은 이미 지프 행렬로 가득했다... 2025. 7. 17.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1〕 친정 부모님이 발리에 오셨다 비 내리는 발리에서 부모님과 함께친정 부모님이 발리에 오셨다. 부모님이 오신 김에 호텔만 오가던 단조로운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고 싶어 숙소를 에어비앤비 굿 카르마 하우스(Good Karma House)로 옮겼다. 방 두 개에 인피니티 풀이 딸린 소박한 빌라였다. 번쩍이는 리조트급 럭셔리는 아니었지만, 잘 가꿔진 작은 정원과 풀장 너머로 보이는 논과 야자수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부모님 눈에는 조금 민박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마음만은 좋은 카르마를 담았지만, 다음 숙소는 좀 더 고급스러운 곳으로 모셔야겠다는 다짐을 살짝 해본다. 하필 부모님이 오신 날 아침부터 발리에선 처음으로 비가 내렸다. 미리 쿨룩으로 예약해 둔 한국어 기사님이 숙소 앞으로 와주셨고, 일단 우붓의 대표 명소인 몽키포레스트(.. 2025. 7. 15.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0〕 파충류공원에서 버드 파크까지 파충류와 마주한 발리의 오후호텔 수영장만 들락날락하다 보니, 문득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발리 파충류 공원(Bali Reptile Park)으로 향했다. 발리 파충류 공원은 덴파사르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희귀한 뱀과 도마뱀, 이구아나, 심지어 작은 악어까지 100종이 넘는 파충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유리벽 너머로 구경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직접 보고, 만지고, 교감하는 체험형 동물원’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파충류라는 생소하고 조금은 무서운 존재를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색 다르다. 미리 쿨룩을 불러 이동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요청하지 않아도 1대 1 가이드가 .. 2025. 7. 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9〕 느림의 풍경 속에서 우붓을 살다 코마네카 엣 라사 우붓에서 시작된 시간 우붓에서의 나날은 참 이상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시간이 금세 흘렀고, 그 하루는 이상하리만큼 풍요로웠다. 말하자면 ‘흐른다’기보다 ‘스며든다’는 말이 더 어울렸다. 고요하게, 아주 서서히, 감각의 결을 따라 들어와 어느새 마음 한편을 채우는 그런 시간들.우붓의 첫 숙소는 코마네카 엣 라사 우붓(Komaneka at Rasa Sayang). 우붓 중심지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마치 외부와 차단된 작은 숲속 정원 같은 공간. 바로 앞 도로에는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사람들의 말소리가 흘러나오는데, 호텔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 모든 소리가 뚝 끊긴다. 문을 하나 지났을 뿐인데 세상의 속도가 절반쯤 느려진 듯했고, 갑자기 바람이 다정하게 불고, 나뭇.. 2025.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