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와 함께한 발리의 40분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에 잠이 깨던 아침, 발리의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고, 햇살은 구름 사이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움직였다. 목적지는 발리 사누르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엑조틱 마린 파크(Exotic Marine Park).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특별한 ‘돌고래와의 교감 체험’을 제공하는 해양 생태 체험 센터이자, 보호가 필요한 해양 생물들을 위한 쉼터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동물 공연 금지(NO ANIMAL SHOW)’라는 팻말이었다. 이곳은 상업적 퍼포먼스 대신, 돌고래와 인간이 교감하는 진정한 ‘만남’에 집중하는 장소였다. 엑조틱 마린 파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가를 받은 몇 안 되는 돌고래 보호시설 중 하나로, 수색·구조·재활·방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다친 돌고래나 구조된 개체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는 곳이다. 관람객은 그 일환으로, 돌고래와 짧은 시간 직접 교감하며 해양 생태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
체험 전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이어졌다. 돌고래에 대한 기본 지식부터 손짓 신호, 수영 시 주의사항까지. 아이는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가득한 얼굴로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고, 강사는 한 마디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우리가 선택한 체험은 ‘디스커버리(Discovery)’ 프로그램이었다. 약 40분간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수영장에 직접 들어가 돌고래와 함께 헤엄치고 교감하는 가장 인기 있는 체험이다. 아이는 돌고래의 눈높이에 맞춰 물속에서 직접 손을 뻗고, 손바닥 위에 물고기를 얹어 먹이를 주기도 했다. 강사의 유도에 따라 돌고래에게 간단한 신호를 보내고, 뽀뽀를 받는 순간은 그야말로 마법 같았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장면은, 돌고래가 아이 옆으로 다가와 등을 보여주며 함께 수영을 유도하던 때였다. 아이는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손을 얹었고, 돌고래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천천히 헤엄을 쳤다. 물 위로 흘러나오던 둘의 웃음소리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언어처럼 느껴졌다.
약 30분간의 물속 교감이 끝나고,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아이는 “진짜 친구 같았어”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 말을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했다. 단순한 체험을 넘어, 생명을 대하는 존중과 교감이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배운 시간이었다.
돌고래와의 하루는 짧았지만, 마음엔 오래도록 파문을 남겼다. 엑조틱 마린 파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바다 생명과 인간 사이에 놓인 다리를 직접 건너볼 수 있는 귀한 장소였다. 발리의 수많은 풍경 중에서도 가장 맑고 깊게 기억될 순간. 물 위에서 마주한 눈빛 하나가, 우리가 자연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Tip. 발리 엑조틱 마린 파크 제대로 즐기는 법
*위치
사누르에서 차로 약 40분, 수카와 티(Sukawati) 지역에 자리한 해양 보호 중심의 체험형 마린 파크.
*특징
상업적 쇼 없이, 구조된 돌고래들과의 비언어적 교감에 집중.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 인가를 받은 돌고래 보호시설.
*체험 프로그램
-디스커버리(Discovery):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며 교감하는 대표 프로그램 (약 40분, US$125)
-인카운터(Encounter): 물 밖에서 먹이 주기 및 간단한 터치 체험
-익스플로러(Explorer): 짧은 포토 세션 중심의 입문형 체험
-디스커버리+: 소규모 가족 전용 프라이빗 체험 (최대 6인, US$700)
*운영 팁
-하루 2~4회 세션 운영 / 사전 예약 필수
-수영복 착용, 자외선 차단제·장신구 사용 금지
-수건, 샤워실, 웰컴 드링크, 디지털 사진 1장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