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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20〕 발리의 끝에서 사누르 해변과 나 자전거 페달에 담긴 사누르의 여유발리에서의 마지막 며칠은 ‘하얏트 리젠시 발리(Hyatt Regency Bali)’에서 보내기로 했다. 사누르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더 101 오아시스’도 좋았지만, 이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필요했다. 체크아웃 직전의 피곤한 이동도, 새벽 투어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느리게, 천천히, 이 여름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리젠시의 넓은 정원과 야자수가 드리운 풀장은 그런 바람에 딱 맞는 곳이었다. 짐을 맡기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선규는 수영장에 발을 담그자마자 금세 물속으로 풍덩. 나는 풀사이드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망고 주스를 마셨다. 아이는 수영하고, 햇볕 아래에서 유튜브를 보며 선베드에서 뒹굴었고, 나는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지금 이대로’에.. 2025. 7. 20.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9〕 스플래쉬부터 쿠데타까지, 스미냑 노을의 하루 스미냑 해변에서 만난 최고의 일몰 발리에서의 하루가 또 한 장 넘어간다. 오늘은 아무 계획 없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목적지를 스미냑으로 정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여행지였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좀 즐기고 싶었다. 도시처럼 세련되고, 바다처럼 여유로운 스미냑은 그 모든 욕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늦은 아침, 11시쯤 도착한 곳은 핀스 클럽(Finns Recreation Club)에서 운영하는 스플래쉬 워터 파크(Splash Water Park). 규모가 거대하진 않지만, 가족 단위로 보내기에 딱 좋은 크기와 구성이다.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워터 캐넌에 금세 빠져들었고, 나는 파라솔 그늘 아래 선베드에 몸을 눕혔다. 시원한 망고 스무디를 홀짝이며 들려오는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보라.. 2025. 7. 1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8〕 발리 엑조틱 마린 파크에서의 첫 돌고래 친구 돌고래와 함께한 발리의 40분 물결이 부서지는 소리에 잠이 깨던 아침, 발리의 공기는 여전히 축축했고, 햇살은 구름 사이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움직였다. 목적지는 발리 사누르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엑조틱 마린 파크(Exotic Marine Park). 관광객들에게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특별한 ‘돌고래와의 교감 체험’을 제공하는 해양 생태 체험 센터이자, 보호가 필요한 해양 생물들을 위한 쉼터이기도 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동물 공연 금지(NO ANIMAL SHOW)’라는 팻말이었다. 이곳은 상업적 퍼포먼스 대신, 돌고래와 인간이 교감하는 진정한 ‘만남’에 집중하는 장소였다. 엑조틱 마린 파크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인가를.. 2025. 7. 1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7〕 스미냑 다이브 데이, 미세스시피에서 생긴 일 비와 햇살 사이, 미세스시피에서 뛰어오른 하루 사누르에서의 셋째 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마음도 없이, 오늘도 느긋하게 시작했다. 숙소 수영장에서 빈둥거리며 보내는 오전, 그 자체로 좋았지만… 어젯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있다간 오늘도 수영장, 간식, 낮잠 루트로 끝나겠군."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을 부지런히 검색했고,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세스시피 비치 클럽(Mrs Sippy Beach Club)’을 찾았다. 늦은 아침, 숙소를 나서자마자 후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살짝 망설였지만, 택시를 타니 이내 도착한 미세스시피. 마치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딱 그 순간에 비가 멈췄다. 어딘가 극적인 기분. 미세스시피는 스미냑(Seminyak)에 위치한 발리 최고 인기 비.. 2025. 7. 1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6〕 사누르, 평화의 풀사이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사누르에서 배웠다사누르에서의 일상은 평화로웠다. 친정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 뒤, 발리의 남동쪽 해안 마을 사누르에서 선규와 단둘의 시간이 시작됐다. 바투르 산 일출도, 울루와뚜의 절경도 뒤로한 채,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며칠이 우리 앞에 남아 있었다. 조용하고 느린 동네에서 아무 계획 없이 지내는 일. 생각만 해도 숨이 트였다. 사누르는 꾸따나 스미냑 같은 북적이는 관광지와는 결이 다르다. 오래된 마을 특유의 정취와 로컬의 삶이 공존하는 이곳은, 한때 발리에서 가장 먼저 관광지로 개발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바닷가를 따라 이어진 산책로엔 조깅을 즐기는 사람들보다는 그저 걷거나 멍하니 앉아 있는 이들이 많다. 파도는 .. 2025. 7. 18.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5〕 짐바란에서 끝맺은 우리 가족의 발리 울루와뚜 사원과 빠당빠당 비치, 그리고 가족 여행의 변수친정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정의 마지막 날, 클룩을 통해 10시간짜리 프라이빗 투어를 예약했다. 울루와뚜 사원, 빠당빠당 비치, 폴로 매장, 그리고 짐바란 해산물까지. 천천히, 하지만 알차게 발리를 마무리할 수 있는 코스로 일정을 짰다. 호텔 체크아웃을 마친 정오 무렵, 전날 함께했던 익숙한 가이드 아저씨와 다시 만났다. 익숙한 얼굴은 마음을 한결 느긋하게 만들어주었고, 오늘 하루도 무리 없이 흘러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 첫 목적지는 울루와뚜 사원(Uluwatu Temple). 포악한 원숭이들로 악명 높은 곳이지만, 그런 우려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그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11세기에 지어진 이 사원은 지금까지도 남부 발리의 수호.. 2025.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