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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8〕 발리 여행 2막, 우붓에서 다시 걷다 파도 대신 숲, 우붓에서 찾은 평온길리 트라왕안에서의 4박. 모래 위를 걷고, 바닷속을 유영하며, 해가 물드는 노을을 바라보던 날들이 어느새 지나갔다. 작은 섬에서의 시간이 고요하게 접히고, 새로운 장이 열렸다. 오후 1시 15분, 블루워터 익스프레스를 타고 섬을 떠났다. 배가 천천히 바다를 가르고 나아갈 때, 길리를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안녕, 작고 깊은 섬. 배는 약 세 시간 만에 빠당바이 항구에 닿았고, 예약해 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지친 몸을 도로에 맡긴 채 창밖을 바라보며 이동한 두 시간. 오후 5시 반 무렵, 드디어 우붓에 도착했다.피곤함이 목 끝까지 차오른 상태였지만, 우붓의 공기와 풍경은 단숨에 기분을 바꿔놓았다. 길가를 따라 늘어선 짙푸른 나무들,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갸믹 연주의 소리.. 2025. 6. 1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7〕 길리 트라왕안 터틀 포인트에서 수영하기 거북이는 없었지만, 길리는 있었다길리 트라왕안에서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길리 트라왕안에서의 마지막 아침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모기장 사이로 햇살이 길게 스며들었고, 이국적인 새소리가 나지막하게 귓가를 두드렸다. 코코넛 나무는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렸고, 그 잎사귀 너머로 바다빛이 어렴풋이 번졌다. 이제 곧 이 섬을 떠난다는 생각이 들자, 매 순간이 유난히 선명하게 다가왔다. 작은 소리 하나, 바람의 방향 하나도 마음을 붙잡았다. “터틀 포인트, 가보자.” 마지막 하루를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었다. 이 섬의 바다는, 아직 우리를 다 보내주지 않은 듯했으니까. 숙소 앞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어제 달렸던 길인데, 오늘은 좀처럼 몸에 감기지 않았다. 모래는 어제보다 더 두껍게 바퀴를 감았고, 햇살은 이른 .. 2025. 6. 9.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6〕 길리 트라왕안에서 스노클링하기 길리 트라왕안 감성 일기, 바다와 노을 사이 아침 9시, 바닷바람이 느껴지는 이른 시간. 전날 밤, 호텔 로비에서 예약했던 ‘프라이빗 스노클링’ 투어가 시작되었다. ‘프라이빗’이라는 말에 괜스레 설레었던 마음은, 막상 가이드와 마주한 순간 현실이 되었고, 출발 전부터 뭔가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출발지는 길리 트라왕간의 동쪽 해안. 섬에는 자동차가 없어 이동수단은 오직 자전거. 전날 삐걱이며 타던 자전거가 오늘은 조금 익숙해졌다. 선규를 뒤에 태우고 덜컹거리는 모래길을 따라 달렸다. 바닷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야자수 그림자가 바퀴 아래 흔들렸다. 잠든 듯 고요한 아침의 해안가엔 여전히 밤을 품은 듯한 적막이 감돌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한 조각의 기대를 안고 파란 바다를 향해 나아갔다. 배에 올.. 2025. 5. 28.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5〕 길리 트라왕안 반 바퀴, 우리만의 여행 길리 트라왕안, 기억은 햇살보다 뜨거워길리 트라왕안 한낮의 태양은 잔인할 만큼 뜨거웠다. 그래서 오전 시간은 조용히 숙소 안에서 보내기로 했다. 바깥 세상이 숨 막히도록 타오르는 동안, 우리는 수영장 물속에서 천천히 떠다녔다. 파도 대신 찰랑이는 물소리, 바람 대신 적당히 시원한 물의 감촉. 방으로 돌아와서는 룸서비스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했다. 느긋한 이국의 아침이었다. 길리 트라왕안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 중 하나는 바로 자전거로 섬 일주다. 섬이 워낙 작아 천천히 달려도 한 시간 반이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우리도 그 여정에 꼭 동참하고 싶었다. 하얀 모래길, 바다를 끼고 달리는 오솔길, 남국의 자유가 가득 묻어나는 장면들. 그 모든 걸 눈과 몸으로 느껴보고 싶었다. 하지만 .. 2025. 5. 2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4〕 길리 트라왕안으로 가는 길 치도모 타고 만난 섬, 길리 트라왕안아침 햇살이 천천히 객실을 채우던 시간. 발리의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에서의 이국적인 하룻밤을 마치고, 우리는 짐을 꾸렸다. 창밖으로 기린이 유유히 지나가는 풍경은 꿈같았지만, 오늘부터는 새로운 여정이 시작된다. 목적지는 길리 트라왕안(Gili Trawangan). 발리 본섬에서 배를 타고 두 시간을 달려야 도착하는, 바다 위의 작은 섬이었다.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오래 고민했던 곳이 바로 이 섬이었다. 영국 BBC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하나로 꼽은 곳, 해변 너머 수평선까지 투명한 바다, 해양 액티비티의 천국,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촬영지로도 알려진, 로망의 섬. 하지만 가는 길이 만만치 않았다. 빠당바이 항구까지 이동한 뒤, 다시 스피드보트를 타고 .. 2025. 5. 21.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03〕 동물원 호텔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기린과 함께 맞이한 아침, 발리 사파리에서 보낸 하루발리의 아침은 꿈결처럼 찾아왔다. 꾸따에 위치한 하드락 호텔에서 택시(고젝)를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호텔(Mara River Safari Lodge Hotel)은 마치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여는 듯했다. 객실 창문 너머로 황금빛 아침 햇살 아래 얼룩말과 기린이 유유히 거니는 풍경이 펼쳐졌다. "엄마, 기린이 정말 가까워!"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창문에 코를 대고 마법 같은 순간에 빠져들었다. 마라 리버 사파리 로지 호텔은 발리 기안야르(Gianyar)의 발리 사파리 & 마린 파크(Bali Safari & Marine Park) 내에 위치한 아프리카 테마의 독특한 리조트다. 이곳에서는 기린, 얼룩말, 코뿔소 등 다양한 야생.. 2025.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