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아이와 한 달을 살아본다는 건 단순한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다. 일정표 대신 일상이 자리 잡고, 하루하루의 소소한 선택이 여행의 만족도를 결정짓는다. 그 중심에는 숙소가 있다. 아이를 동반한 장기 체류라면 숙소는 단순한 잠자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발리에서 한 달을 보내며 느낀 현실적인 팁과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지역을 정리했다.
아이 동반 발리 숙소 고르는 핵심 체크리스트
1. 병원과 마트 접근성은 안전망
장기 체류 시 관광지보다 생활권이 중요하다. 가까운 거리에 슈퍼마켓(Coco Mart, Bintang, Pepito)과 약국, 병원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2. 간단한 조리 시설이 있는 숙소
외식만으로는 아이 입맛을 맞추기 어렵다. 특히 입이 짧은 우리 아이 덕분에 전자레인지와 작은 조리 공간이 있는 숙소는 필수였다. 현지 음식을 잘 먹던 날에도 가끔은 챙겨 간 햇반에 계란 간장을 비벼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이 됐다.
3. 세탁 환경은 장기 체류의 현실
아이 옷은 금방 더러워지기 때문에 세탁기는 필수에 가깝다. 세탁기가 없더라도 근처에 런드리 샵이 있는지 확인하자. 발리의 런드리는 하루 만에 빨래를 깔끔하게 돌려주기 때문에 장기 체류자에게 유용하다.
4. 아이 친화적인 공간
수영장, 잔디 정원, 놀이터 등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하루 일정이 훨씬 여유롭다. 특히 문을 열면 바로 수영장이 있는 억세스 풀룸(Access Pool Room)은 아이들이 지루해할 틈을 줄여준다.
5. 교통과 이동 동선
발리는 지역 간 이동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우붓처럼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에서는 이동 시간을 고려해야 한다. 아이와 장시간 차에 머무는 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주요 활동지와의 거리도 숙소 선택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
아이 동반 발리 한 달 살기 추천 지역 BEST 5
1. 사누르 - 잔잔한 해변과 생활 편의의 균형
사누르는 발리에서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 중 하나다. 파도가 잔잔한 해변은 아이가 놀기 안전하고 길게 이어진 산책로는 아침마다 가족의 발걸음을 불러낸다. 무엇보다 마트와 병원이 가까워 장기 체류 시 마음이 놓인다. 우리가 머문 억세스 풀룸은 매일 아침 작은 수영장이 우리만의 놀이터가 되어줬다.
2. 우붓 - 자연 속에서 머무는 시간
우붓은 계단식 논과 발리의 전통 문화가 살아 있는 곳이다. 다만 교통 체증이 심한 편이니 주요 활동을 숙소 근처에 집중시키는 게 좋다. 조용한 빌라나 발리 스타일의 가옥에서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최고의 선택이다. 우붓의 한적한 빌라에서 들었던 빗소리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3. 스미냑 - 편의와 세련됨의 조화
스미냑은 발리의 세련된 레스토랑과 카페, 쇼핑 환경이 밀집한 지역이다. 가족 친화적인 풀빌라가 많고, 마트와 한식당 접근성도 좋아 장기 체류 시 식사 옵션이 풍부하다. 단, 관광객이 많아 비교적 북적일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4. 짐바란 - 석양과 해산물의 도시
짐바란은 해변가에서 아이와 함께 석양을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조용한 분위기의 리조트가 많고,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발리 남부 공항과도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5. 누사두아 - 안정적인 리조트 타운
누사두아는 발리에서 가장 정돈된 리조트 지역이다. 치안과 위생이 잘 관리되고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 로컬 문화 체험은 다소 제한적이지만 아이와 첫 장기 체류를 계획한다면 이 안정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아이 동반 발리 한달살기는 여행과 생활의 경계에 있다. 그래서 숙소는 단순히 잠자는 공간이 아니라 가족의 일상을 담는 집이 된다. 병원, 마트, 세탁, 부엌 같은 현실적인 요소를 먼저 체크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의 발리 생활이 훨씬 편하고 즐거워진다. 완벽한 뷰보다 중요한 건 아이와 함께하는 편안한 하루를 만들어주는 '생활력 있는 숙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