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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발리에서 한 달 살며 알게 된 현실 꿀팁 10가지

by 이베트 2025. 7. 27.

길리 트라왕안에서 묵었던 숙소

 

1. 숙소 선택은 '뷰'보다 '생활 반경'이 먼저다

처음에는 바다가 보이는 숙소만 검색했다. 하지만 아이와 지내다 보니 마트, 약국, 병원의 위치가 훨씬 중요했다. 사누르에서 묵었던 억세스 풀룸은 문을 열면 바로 수영장이 연결돼 있어 아이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매일 아침 물장구 소리로 시작되는 하루는 여행이 아니라 진짜 ‘살아보기’의 시작 같았다.

 

2. 발리의 장보기는 생활의 리듬을 만든다

한 달 동안 매 끼니를 외식하기는 어렵다. 첫 주에는 레스토랑만 다녔지만, 둘째 주부터는 자연스럽게 마트와 현지 시장으로 발길이 향했다. 빈땅(Bintang) 마트에서 과일을 고르고, 페피토(Pepito)에서 우유를 사던 시간이 묘하게 즐거웠다. 아이와 함께 과일 코너에서 망고스틴을 처음 맛보던 순간은 장보기 이상의 추억이 됐다.

 

3. 이동의 핵심은 그랩과 고젝

발리, 특히 우붓은 교통 체증이 심한 곳으로 유명하다. 좁은 골목과 느린 차량 흐름 때문에 이동 시간이 배 이상 걸리기도 한다. 현지에서는 이런 이유로 바이크를 대여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발리 가기 전 잠시 “바이크 면허를 따고 갈까?” 고민도 했지만, 아이와 함께라면 안전이 우선이었다. 그랩(Grab)과 고젝(Go-Jek)은 한 달 동안 우리의 발이자 안전망이었다. 사누르에서 우붓까지 이동할 때도, 늦은 저녁 짐바란에서 숙소로 돌아올 때도 앱 하나면 충분했다. 

 

4. 비자 연장과 보험은 출국 전 준비가 편하다

발리 한 달 살기를 위해선 B211A 비자나 관광 비자 연장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아이 동반 시 응급상황 대비를 위해 여행자 보험은 필수다. 발리 현지 병원은 외국인 전용 클리닉이 많아 보험이 없으면 비용이 크게 부담될 수 있다. 발리 한 달 살기를 준비하며 여행자 보험을 들었을 때는 "혹시 몰라서"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꾸따에서 수영장에서 놀다 벌에 눈을 쏘이는 작은 사고가 있었다. 당황했지만 보험 덕분에 비용 부담 없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라면 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걸 그날 뼈저리게 느꼈다. 

 

5. 병원 위치를 미리 체크해두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아이와 장기 체류를 하다 보면 언제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서 숙소 주변의 소아과, 외국인 전용 클리닉, 약국 위치를 미리 저장해 두니 마음이 편했다. 사누르 근처의 BIMC 병원은 영어 소통이 가능하고 외국인도 이용하기 좋아 안심됐다. 응급 상황 대비는 대부분 쓰지 않기를 바라지만, 준비만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6. 아이 입맛은 여행의 중요한 변수

발리 음식은 향신료가 강한 편이다. 평소에도 입이 짧은 우리 아이를 생각해 혹시 몰라 챙겨 간 햇반과 간장(샘표의 ‘계란이 맛있어지는 간장’)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사테 꼬치나 나시고랭 같은 현지 음식에 조금씩 물려할 때마다, 햇반을 데워 간장에 비벼주면 한 끼는 거뜬히 해결됐다. 소금이나 간장, 라면은 현지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햇반만큼은 달랐다. 결국 중간에 오신 친정부모님께 “햇반은 꼭 넉넉하게 챙겨 와 주세요”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아이와 함께라면 입맛을 살릴 비상식량과 한식당 위치는 반드시 준비해 두는 게 마음 편하다.

 

7. 세탁은 장기 체류의 현실적인 문제

아이와 함께 지내면 하루 만에도 옷이 금세 쌓인다. 첫 주는 숙소에 세탁기가 없어 작은 스트레스가 됐지만, 현지 런드리 샵을 알게 된 뒤 생활이 한결 편해졌다. 호텔의 런드리 서비스는 가격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동네 런드리 샵은 훨씬 저렴해 매일 맡겨도 부담이 없었다. 그 후로는 숙소를 옮길 때마다 주변 런드리 샵부터 먼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하루 만에 뽀송하게 돌아온 빨래를 볼 때마다 “이제 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장기 체류라면 세탁 환경을 미리 체크하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8. 하루 한 곳, 욕심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여유를 만든다

첫 며칠은 여러 곳을 한 번에 돌았지만, 아이는 오후가 되면 금세 지쳤다. 그때부터는 오전 한 곳, 오후는 숙소에서 휴식이라는 단순한 패턴으로 바꿨다. 미세스시피에서 다이빙을 즐긴 날, 오후에 숙소 풀장에서 다시 느긋하게 놀았던 하루가 오히려 제일 행복했다.

 

9. 인터넷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

발리는 인터넷 환경이 지역마다 다르다. 가족 여행 시 무제한 포켓와이파이나 현지 유심을 준비하면 아이의 온라인 수업이나 영상 시청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

 

10. '계획'보다 '여유'를 우선하는 것이 한 달 살기의 핵심

처음엔 ‘한 달 동안 뭘 할까’ 계획이 빼곡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알게 됐다. 발리 한 달 살기의 진짜 매력은 아이와 보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걸. 사누르 해변에서 바람을 맞으며 걷던 아침, 억세스 풀룸에서 물장구 소리를 들으며 게으르게 시작한 하루. 그 느슨함이 우리 가족의 발리 여행을 완성했다.

 


아이와 발리에서 한 달을 살며 알게 된 건, 여행은 장소보다 함께 있는 시간의 질이라는 것이다. 병원, 마트, 세탁 같은 현실적인 준비가 여행의 안정감을 만들고, 작은 일상들이 아이와의 추억을 단단하게 한다. 화려한 계획보다 아이의 웃음이 더 소중하다는 걸 발리의 한 달이 가르쳐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