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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20〕 발리의 끝에서 사누르 해변과 나

by 이베트 2025. 7. 20.

넓게 펼쳐진 정원과 야자수 사이로 야외 수영장이 마련된 하얏트 리젠시 발리.
발리에서의 마지막 이틀을 보낸 하얏트 리젠시 발리.

자전거 페달에 담긴 사누르의 여유

발리에서의 마지막 며칠은 ‘하얏트 리젠시 발리(Hyatt Regency Bali)’에서 보내기로 했다. 사누르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던 ‘더 101 오아시스’도 좋았지만, 이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식이 필요했다. 체크아웃 직전의 피곤한 이동도, 새벽 투어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느리게, 천천히, 이 여름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리젠시의 넓은 정원과 야자수가 드리운 풀장은 그런 바람에 딱 맞는 곳이었다. 짐을 맡기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선규는 수영장에 발을 담그자마자 금세 물속으로 풍덩. 나는 풀사이드에 누워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망고 주스를 마셨다. 아이는 수영하고, 햇볕 아래에서 유튜브를 보며 선베드에서 뒹굴었고, 나는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지금 이대로’에 머물렀다. 점심은 풀바에서 간단히. 신선한 샐러드와 나시고랭. 한 입 한 입이 여유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문득, 리셉션 옆에 가지런히 놓인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대여도 가능할까요?”
“물론입니다.”
순식간에 헬멧도 없이,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사누르 비치의 산책로는 발리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을 품고 있다. 자전거 전용 도로가 해안선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바다와 하늘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퀴가 부드럽게 모래길을 지나고, 햇살은 손등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따갑지 않고, 오히려 살결을 감싸는 듯한 따뜻함. 파도는 일정한 리듬으로 밀려오고, 사이사이 바닷가 카페에서는 늦은 점심을 즐기는 사람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가끔은 모래사장이 바로 옆으로 닿고, 가끔은 작은 전통 배가 눈앞에 멈춰 있다. 자전거를 타며 이 모든 풍경을 통과하는 기분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 주인공이 된 듯했다. 무엇보다, 이 찬란한 순간을 아무와도 경쟁하지 않고 내 속도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단 30분의 라이딩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주는 감각은 오래 남는다. 여행이 끝나갈수록 마음은 자꾸만 무거워지지만, 그 무게를 덜어주는 건 이런 소소한 경험들이 아닐까.

숙소로 돌아오니, 선규는 여전히 선베드에 누워 웃고 있었다. 아이의 옆에 조용히 앉아, 아직 남은 햇살을 함께 느꼈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나는 ‘머무름’이라는 행복을 다시 배운다. 사누르의 해변 자전거 길 위에서.

Tip. 발리에서 가족과 함께 자전거 타기 좋은 코스

가장 안전하고 평화로운 가족 라이딩
사누르 해변 산책로
사누르 해변을 따라 조성된 4km 길이의 해안 산책로는 발리에서 가족 단위 라이딩에 가장 적합한 코스다. 차량의 방해 없이 넓고 평탄한 길이 이어지며, 바다를 바로 옆에 두고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그림 같다. 어린이용 자전거나 유아용 좌석 부착 자전거도 대여 가능해, 유모차 대신 자전거로 해안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바닷가 카페와 쉼터가 있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는 점도 가족 여행자에게는 큰 장점. 해 질 무렵, 바다 위로 붉게 떨어지는 햇살을 함께 보며 잊지 못할 하루가 완성된다.

자연 체험이 함께하는 가족형 시골 라이딩
우붓 논길 & 마을길
우붓 외곽으로 나가면 탁 트인 논과 작은 마을을 잇는 소박한 자전거 코스가 펼쳐진다. 언덕이 심하지 않고, 교통량이 적은 로컬 도로 위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소를 끄는 농부나 학교 가는 아이들과 마주치며 자연스럽게 발리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가이드 동반 투어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며, 중간에 코코넛 주스를 마시거나 바틱 공방에 들러보는 등 체험형 코스로 확장할 수 있다. 흙냄새와 바람, 웃음이 함께하는 라이딩이다.

힙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가족형 바닷길
짱구 베라와 해변길
짱구와 베라와 지역은 젊은 감성과 발리 특유의 여유가 어우러진 곳이다. 이곳의 해안 도로는 비교적 평탄하고 카페, 상점, 로컬 숍이 이어져 있어 자전거를 타며 느긋하게 돌아보기에 좋다. 아이와 함께 탈 수 있는 자전거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해변을 따라 빈백이 깔린 카페에서 잠시 쉬거나, 젤라또 가게에 들르는 것도 재미있는 코스가 된다. 해 질 무렵, 에코비치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석양까지 감상할 수 있다.

작고 조용한 섬에서의 자전거 하루 여행
누사 렘봉안 섬 일주
아이와 함께 한적하게 자전거 타기를 원한다면, 발리 본섬에서 30분 배를 타고 들어가는 누사 렘봉안이 제격이다. 섬 전체가 자전거로 둘러보기 좋은 크기이며, 차량이 거의 없어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안전하다. 바닷가 마을과 절벽 전망대, 수상가옥과 맹그로브 숲이 이어지는 길은 짧지만 인상 깊다. 도보로는 멀게 느껴지는 거리를 자전거로 쉽게 돌아볼 수 있어, 아이에게도 뿌듯한 하루가 된다. 단, 날씨가 더운 날엔 오전 또는 해질 무렵 라이딩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