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9〕 스플래쉬부터 쿠데타까지, 스미냑 노을의 하루

by 이베트 2025. 7. 19.

발리의 석양을 가장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장소인 쿠데타.
환상적인 일몰을 볼 수 있는 비치 클럽 쿠데타.

스미냑 해변에서 만난 최고의 일몰 

발리에서의 하루가 또 한 장 넘어간다. 오늘은 아무 계획 없이 바다를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목적지를 스미냑으로 정했다. 아이와 함께라면 어디든 그곳이 여행지였지만, 오늘만큼은 나도 좀 즐기고 싶었다. 도시처럼 세련되고, 바다처럼 여유로운 스미냑은 그 모든 욕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늦은 아침, 11시쯤 도착한 곳은 핀스 클럽(Finns Recreation Club)에서 운영하는 스플래쉬 워터 파크(Splash Water Park). 규모가 거대하진 않지만, 가족 단위로 보내기에 딱 좋은 크기와 구성이다. 아이들은 미끄럼틀과 워터 캐넌에 금세 빠져들었고, 나는 파라솔 그늘 아래 선베드에 몸을 눕혔다. 시원한 망고 스무디를 홀짝이며 들려오는 건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물보라가 튀는 경쾌한 소리뿐. 워터파크 한편에는 카페와 간단한 식사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굳이 어딜 옮기지 않아도 몇 시간을 넉넉히 보낼 수 있었다.

5시간가량 물속에서 마음껏 놀고 나니, 슬슬 바다가 보고 싶어졌다. 목적지는 더블 식스 비치(Double Six Beach). 이름부터 경쾌한 이 해변은 스미냑에서도 특히 감성적인 곳으로, 부드러운 모래와 넓은 수평선, 알록달록한 빈백 소파들이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바다에 발을 담그자마자 서늘한 파도가 발목을 감았다. 아이는 모래성을 쌓고, 나는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며 해가 조금씩 기울기를 기다렸다.

원래는 이곳에서 저녁까지 해결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앉은 해변 바에서는 음료만 판매 중. 간단히 코코넛 음료 하나로 갈증을 달랜 후, 발걸음을 옮긴 곳은 해변 근처의 전설적인 비치 클럽 쿠데타(Ku De Ta)였다.

세련된 바와 라운지, 아늑한 소파석, 그리고 바다를 향해 탁 트인 구조. 단순한 식사를 넘어 하나의 경험으로 남는 곳이다. 해가 질 무렵, 하늘엔 구름이 가득해 오늘도 노을은 어렵겠다 싶었다. 하지만 6시 30분쯤, 마법처럼 하늘이 열린다. 구름 사이로 붉은빛이 번지고, 금빛이 스르르 퍼졌다. 붓질하듯 물든 하늘 아래, 파도는 여전히 제 속도로 밀려왔다.
“엄마, 하늘이 불타고 있어!”
아이의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눈앞에 펼쳐진 건 그림이 아니라 진짜였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말도 모두 멈춘 듯했다. 

노을은 짧았지만 깊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 우리는 물 위를 뛰고, 모래 위를 걷고, 하늘빛을 품은 바다를 보았다. 발리에서의 여름은 그렇게 또 한 겹,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Tip. 발리 최고의 일몰 포인트

1. 울루와뚜 사원(Uluwatu Temple)
발리 남서부 절벽 위에 우뚝 선 울루와뚜 사원은 신성함과 자연의 장엄함이 만나는 곳이다. 해질 무렵,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 아래 부서지는 파도와 붉게 물든 수평선은 압도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특히 일몰 직전 시작되는 전통 케짝댄스(Kecak Dance)는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는다. 붉은 태양과 불꽃, 원형의 군무가 어우러진 이 순간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발리의 진짜 얼굴이다.

2. 타나롯 사원(Tanah Lot Temple)
바다 위 바위섬에 세워진 타나롯 사원은 일몰이 되면 신비로운 실루엣으로 다시 태어난다. 간조 때는 걸어서 사원 입구까지 닿을 수 있고, 만조 때는 물에 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주변 풍경을 압도한다. 해가 지며 하늘과 바다가 하나의 붉은 캔버스가 될 때, 타나롯은 그 위에 고요하게 서 있는 하나의 점, 혹은 기도처럼 느껴진다. 발리의 고전적 낭만이 살아 있는 일몰 명소다.

3. 짐바란 비치(Jimbaran Beach)
일몰과 함께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짐바란 해변이 제격이다. 해변가를 따라 줄지어 선 씨푸드 레스토랑들은 해 질 무렵 야외 테이블을 바닷가로 내어놓는다. 모래 위에 앉아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며 눈앞의 태양이 천천히 바다로 녹아드는 장면을 바라보는 경험은 그 자체로 낭만이다. 음악, 파도, 불빛, 그리고 저녁노을이 모두 어우러지는 짐바란의 해변은 '맛있는 노을'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다.

4. 로비나 비치(Lovina Beach)
북부 발리의 로비나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 노을을 즐기기에 좋다. 특히 이곳의 일몰은 다정하고 부드럽다. 서쪽 하늘이 서서히 주황빛으로 번지면, 바닷물은 유리처럼 매끄럽게 빛을 받아낸다. 관광객이 붐비지 않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조용한 감상을 원하는 이들에게 제격. 아침엔 돌고래 투어로, 저녁엔 일몰로 하루를 완성하는 발리 북부의 숨은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