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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발리 한 달 살기 10〕 파충류공원에서 버드 파크까지

by 이베트 2025. 7. 9.

발리 파충류 공원 입구에서 뱀과 함께 찍은 사진
직접 보고, 만지고, 교감하는 체험형 동물원인 발리 파충류 공원

파충류와 마주한 발리의 오후

호텔 수영장만 들락날락하다 보니, 문득 ‘이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발리 파충류 공원(Bali Reptile Park)으로 향했다. 발리 파충류 공원은 덴파사르 시내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규모는 아담하지만, 희귀한 뱀과 도마뱀, 이구아나, 심지어 작은 악어까지 100종이 넘는 파충류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유리벽 너머로 구경하는 동물원이 아니라 ‘직접 보고, 만지고, 교감하는 체험형 동물원’이라는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파충류라는 생소하고 조금은 무서운 존재를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은 어른에게도 색 다르다. 


미리 쿨룩을 불러 이동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요청하지 않아도 1대 1 가이드가 딱 붙는다. 전문 가이드는 각 동물의 이름과 특징, 먹이 습성까지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만져볼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 두꺼운 비늘 위를 천천히 쓰다듬어보고, 낯선 파충류의 체온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순간은 생각보다 신기하다. 가장 짜릿한 하이라이트는 단연 뱀을 목에 둘러보는 체험이다. 평소라면 TV 속에서나 보던 뱀을, 그것도 내 어깨 위에 올려본다는 사실만으로도 등줄기가 오싹해지는데, 막상 해보면 뱀의 몸은 놀랍도록 매끈하고 따뜻하다.


아이들에겐 이 모든 순간이 작은 모험이다. 선규는 뱀과 이구아나를 교대로 만지며 눈이 반짝였고, 나도 순간순간 긴장과 웃음이 뒤섞였다. 파충류 공원은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히 지나치던 ‘자연의 한 조각’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작은 도마뱀이 손등을 타고 올라올 때, 이구아나가 느릿하게 눈을 깜박일 때, 그 미묘한 순간들이 여행의 한 장면으로 오래 남는다.

 

발리 버드 파크, 색의 정원을 걷다

바로 옆에 발리 버드 파크(Bali Bird Park) 도 있어 망설임 없이 같이 들렀다. 파충류의 서늘한 기운을 뒤로한 채 문을 들어서자, 눈앞 풍경은 단숨에 색과 소리로 가득 찼다. 열대 정원의 싱그러운 연둣빛 잎사귀 사이로 푸른 앵무새가 나뭇가지를 뛰어넘고, 주홍 깃털을 단 새들이 허공을 느리게 선회한다. 남미,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온 희귀종 새들이 하나의 정원에 모여드는 모습은 마치 자연 다큐멘터리를 걸으며 보는 듯했다.


버드 파크는 단순한 조류 관람장이 아니라, ‘색’을 만나는 살아있는 미술관 같다. 카나리아의 밝은 노랑, 극락조의 연보라, 홍학의 부드러운 분홍빛까지 도시에서는 이름조차 떠올리기 어려운 색들이 여기선 살아서 날갯짓을 한다. 정원 곳곳엔 나무 사이사이를 누비며 무리를 지어 노니는 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작은 관람 데크와 포토존도 잘 되어 있다.

 

특히 이곳의 묘미는 ‘체험형 조우’다. 훈련된 앵무새와 새들이 사람 팔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씨앗을 받아먹고, 부리가 건네는 간지러운 터치와 작은 발톱의 압력이 손등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잠시 동안은 내가 나무가 된 듯한 기분. 아이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팔 위의 새를 쓰다듬고, 어른들은 어느새 스마트폰을 내려두고 눈으로 새를 담는다. 망원 렌즈보다 매크로가 더 어울리는 곳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연못 주변에선 분홍빛 홍학들이 느릿하게 물가를 걷고, 나무 위에서는 이름 모를 열대 새들이 뾰족한 부리를 부지런히 털에 묻고 깃털 손질을 한다. 한낮의 볕 아래 반짝이는 깃털 색은 이곳을 더욱 화려한 무대처럼 만든다. 파충류의 묵직한 정적과 달리, 이곳은 살아있는 물감들이 쉼 없이 흩어지고 합쳐지는 팔레트 같다.

 

나야 새들의 색과 소리를 좇는 순간순간이 황홀했지만, 파충류에 푹 빠졌던 선규는 이곳에선 금세 흥미를 잃었다. 알록달록한 깃털보다 차가운 비늘이 훨씬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한국 돈으로 5만 원이 훌쩍 넘는 입장료가 살짝 아깝긴 했지만, 살아있는 자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느껴본 하루라면 충분히 값졌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 차창 너머로 노을이 물들어가는 발리의 초록 논밭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아이와 떠나는 여행은, 결국 서로 다른 흥미의 무늬를 조심스럽게 맞춰보는 일 같구나.’ 파충류의 고요한 눈빛과 새들의 현란한 깃털 사이에서, 우리는 조금 더 ‘자연스러운 인간’이 되어 있었다. 

 

Tip. 발리에서 아이와 함께 가면 좋은 테마 파크 

발리 사파리 & 마린 파크(Bali Safari & Marine Park)
발리에서 가장 대표적인 대형 사파리 테마파크. 코끼리, 호랑이, 기린, 얼룩말 등을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파리 트램 투어가 잘 되어 있어 더운 날에도 쾌적하고 안전하다. 라이브 동물쇼와 발리 전통공연, 아쿠아리움, 코끼리 타기 체험 등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지루할 틈이 없다. 파크 내 키즈 워터플레이존이 있어 수영복을 챙겨가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다.

발리 트리탑 어드벤처 파크(Bali Treetop Adventure Park)
원시림 속에 설치된 나무 위 집라인 코스. 어린이 전용 코스부터 성인까지 총 7단계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어 숲 속에서 몸을 쓰며 모험심을 키울 수 있다. 안전장비가 잘 갖춰져 있고 현지 스태프가 친절히 안내해줘서 비교적 어린 연령부터 도전할 수 있다. 산책로와 울룬다누 브라탄 사원 관광과 함께 코스로 엮어도 좋다.

피크 어 부 발리 플레이그라운드(Peek A Boo Playground)
사누르(Sanur) 지역의 가족 전용 실내·외 키즈 플레이그라운드. 넓은 정원에 트램폴린, 미끄럼틀, 모래놀이장 등 영유아부터 어린아이까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잘 갖춰져 있다. 부모는 그늘진 잔디밭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을 지켜볼 수 있어 현지에서 장기 체류하는 가족들 사이에 특히 인기다.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곳 로고가 피노키오를 연상시키는 귀여운 캐릭터가 있어서, ‘일명 피노키오 플레이그라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운스 발리 트램펄린 센터(Bounce Bali Trampoline Centre)
비가 오거나 더운 날에도 에너지 넘치는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실내 트램펄린 파크. 대형 트램펄린 구역과 실내 볼링장, 레스토랑까지 함께 있어 가족끼리 반나절 보내기 딱 좋다. 아이들이 체력을 맘껏 발산하는 동안 부모는 쉴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