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를 대표하는 워터파크, 꾸따 워터 봄 발리
전날 밤 바퀴벌레 침대 위 출현의 충격으로 잠을 설친 나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반면 아이는 낯선 곳에서 보낸 첫날밤이 나쁘지 않았는지 아침부터 기운이 넘친다. 그리고 오늘은 아이가 고대했던 ‘워터 봄 발리(Waterbom Bali)’를 가기로 한 날. 우선 워터파크에서 반나절 정도 신나게 놀고 그 이후에 호텔은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결정하고 짐을 챙겨 워터 봄 발리로 향했다.
꾸따 중심가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워터 봄 발리는 발리를 대표하는 워터파크로 우리나라의 워터파크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 편이지만, 반나절 정도 신나게 놀기에 부족함이 없다. 열대 식물이 울창하게 우거진 트로피컬 한 분위기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데다 관리가 잘 되어 모든 시설물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다.
입구를 지나자마자 펼쳐진 풍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울창한 야자수가 만들어낸 자연의 캐노피 아래, 크리스털처럼 빛나는 물이 자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바람에는 남국의 향기가 실려 있었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여유를 속삭이는 듯했다. 22개의 슬라이드와 어트랙션, 풍성한 부대시설 또한 기대이상이었다.
가장 먼저 탄 것은 튜브를 타고 물위를 떠다니는 ‘레이지 리버(Lazy River)’. 거대한 튜브 위에서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싣고,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눈부시게 푸른 하늘과 이국적인 풍경이 꿈처럼 흘러갔다. 순간, ‘이게 바로 발리에서 찾던 여유가 아닐까’ 싶었다.
몸이 풀린 아이는 어서 다른 것도 타보자고 재촉한다. 처음에는 조금 겁을 내더니 한 번 슬라이드를 타보고 나서 그 스릴감이 좋았는지 큰 튜브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며 여러 번 슬라이드를 탔다. 우리나라 워터파크와 비교해 좋은 건 비교적 한산해 놀이기구를 탈 때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말 원 없이 슬라이드를 타고, 웃고 떠들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터인 ‘펀타스틱(Funtastic)’. 형형색색의 미끄럼틀과 커다란 물바가지가 아이들의 환호 속에서 쉴 새 없이 물을 쏟아냈다. 아이는 신이 나서 물속을 뛰어다녔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순간, 이 여행이 아이의 기억 속에서 따뜻한 물살처럼 오래도록 남아주기를’.
꾸따의 가족 친화적 호텔, 하드록 호텔 발리
이번 발리 여행의 방문지는 온전히 아이의 취향이 우선이었다. '하드록 호텔 발리(Hard Rock Hotel Bali)' 역시 아이 친화적인 호텔이라는 평을 보고 선택한 곳. 발리 최대 규모의 프리폼 야외 수영장과 워터 슬라이드,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된 키즈 클럽까지,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었다. 결론은 호텔 컨디션도, 아이를 위한 다양한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수영장에서 노느라 키즈 클럽은 가지 못했지만 그것이 아쉽지 않을 정도로 수영장에서의 놀이를 아이가 아주 즐거워했다.
그런데 하드록 호텔 발리를 더욱 강렬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바로 첫날 겪은 작은(?) 해프닝 때문이다.
체크인 후, 짐을 맡기자마자 아이는 이미 흥분 상태였다. 넓은 수영장을 보자마자 신발을 벗어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 태세였다. 나도 아이를 챙겨 얼른 따라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눈두덩이가 따끔거렸다. "어라, 뭐지?" 당황스러운 마음에 선글라스를 벗었더니,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죽은 벌 한 마리. 믿을 수 없게도, 난데없이 벌에 쏘인 것이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깊은 물로 가고 싶다며 성화였다. 한쪽 눈이 점점 붓는 것 같고, 아이를 붙잡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데, 옆에 있던 중국인 커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너 괜찮아?"라며 말을 걸어왔다.
일단 아이를 얕은 풀로 데려다 놓고, 단단히 신신당부했다. “엄마 금방 병원 갔다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야 해, 알았지?” 그리고 급하게 호텔 매니저를 찾아 메디컬 센터로 향했다.
다행히 침은 이미 빠져 있었고, 심각한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눈이 더 붓거나 몸에 이상이 생기면 다시 오라고 했다. 항생제를 처방받고 나니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여행 초반 액땜이라 생각하면 되겠지?’ 어쩌면 앞으로 더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남은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이는 여전히 물속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래, 벌쯤이야. 아이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다. 눈의 붓기가 꽤 오래가서 엄마는 조금 불행했지만 말이다.